나의 발효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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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홈베이커의 발효종 이야기
작업자 : 김소영 홈베이커 (안단테데이어리)
함께 하는 균 : 와이너리 옆 밀밭에서 만난 발효종좋은 빵을 만들기 위하여
저는 치즈장인이지만, 치즈장인이 되기 전 2년 정도 빵과 치즈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진정한 빵과의 첫 만남은 결혼 초 여행 했던 독일에서였습니다. 바게트나 포카치아 등 흰 밀가루로 만든 빵에 익숙하던 제게 독일에서 만난 여러 가지 곡물과 통밀을 사용해 만든 거칠고 색이 진한 빵들은 이전엔 알지 못했던 빵의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당시 제가 빵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친구는 머물던 도시에서 제일 존경 받는 베이커와 이야기 할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에게 ‘무엇이 그의 빵을 그렇게 특별하게 하는가’ 물었고, 그는 예상치 못한 답을 주었습니다. 그는 “빵을 만들기 위한 재료 중 밀의 경우 도시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호밀은 조금 더 떨어진 친구의 농장에서, 보리는 조금 더 가까운 농장에서, 해바라기씨는 남부 독일에서 재배되어 특별 공급을 받는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곡물들은 베이커리에 붙어있는 스톤밀에서 일주일 단위로 제분이 이루어지고, 빵을 만드는 또 다른 재료인 발효종은 4대째 함께하고 있어, 가족의 보물과도 같은 재료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재료인 반죽에 사용하는 물은 오래된 우물에서 길러 사용한다고 말하며 열정 가득한 목소리로 제 질문에 긴 답을 해주었습니다. 단순한 레시피를 기대하던 저는 베이커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며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큰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와이너리 옆 밀밭에서 만난 발효종
저에겐 또 하나의 빵에 대한 중요한 경험이 있습니다. 와인을 만드는 친구의 와이프가 빵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아 작은 베이커리를 열었는데,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포도밭 한 켠에 밀을 심기 시작한 일이 저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밀과 함께 자라는 포도나무가 행복하다고 남편을 설득했고, 그 결과 비싼 포도밭의 면적 일부를 밀밭으로 꾸리며 구하기 힘든 토종 밀씨를 뿌리고 밀을 직접 길렀습니다. 그녀는 정말 행복해하며 첫 수확한 밀가루로 발효종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6년 동안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몇 년간 사용하는 발효종 베이스 역시 그녀에게서 받은 것이며 갓 빻은 밀가루 또한 그녀에게 매년 선물로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 함께 하는 발효종은 그녀의 발효종에서 시작을 했지만 몇 년후 제가 사는 공간인 샌프란시스코에 함께 살고 있는 제 발효종은 그녀의 발효종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내고 있습니다.이 땅의 밀과 만난 발효종, 그 빵의 맛
한국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토종밀을 심고 길러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저 또한 그 흐름속에서 몇 년전부터 갓 빻은 우리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밀은 글루텐이 적어 빵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적합한 밀가루’, ‘좋은 밀가루’는 무엇일까요? 저는 제가 사는 미국집으로 봉화군에서 생산된 이름 모를 자연재배 밀가루를 가지고 와서 여러 가지 빵을 만들어보며, 이 특별한 밀가루와 소중하게 지켜온 저의 발효종, 캘리포니아의 물이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빵으로 변화는 과정을 천천히 지켜보았습니다. 밀에 대한 정보를 몰랐음에도 시간을 들여 만들어진 이 빵은 저의 20년의 빵의 역사에서 가장 맛있는 빵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이와 같은 경험은 우리밀의 한계를 논하기 전에 우리 땅에서 자라는 밀의 품질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빵 만들기를 시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전 세계에는 인간들이 살아온 자연과 문화의 결과물로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빵들이 있고, 이와 같은 빵들은 수천년 동안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28년전 독일에서 만난 베이커는 대대로 내려오는 발효종을 그의 가족과 농부, 그들 모두가 속한 공동체를 보여주는 작은 우주라고 불렀습니다. 저에게 있어 발효종은 주변의 공기와 물, 수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살아있는 영혼이고, 이와 같은 영혼이 정직한 농부가 길러낸 밀을 만나 우리의 일용할 양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지 베이커와 호밀발효종 이야기
작업자 : 김현지 (밀봄숲)
함께 하는 균 : 호밀발효종발효종빵이 지닌 특별함
저는 어렸을 적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빵을 만드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3년차쯤 됐을 때 선배와 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본격적으로 빵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밀에 대한 관심도 생겼습니다. 우리밀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게에서 여러 밀을 테스트 해보며 현재는 유기농밀과 우리밀을 혼합하여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그 중 발효종을 사용하여 만든 빵의 경우 산미와 향이 더 진하고, 빵 속이 촉촉하게 오래 유지되어 우리 몸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레시피를 사용했을 때, 발효종을 넣는 것과 넣지 않는 것은 위와 같은 풍미의 차이가 있고, 이는 발효종빵만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빵 마다 어울리는 재료가 있고, 이스트를 사용했더라도 어떠한 방법으로 만들었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스트와 어울리는 빵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쿰쿰하고 향긋한, 복합적인 향의 호밀발효종
저는 현재 업장에서 2가지의 발효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호밀로 만든 호밀발효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주 재료가 밀가루인 르방리퀴드입니다. 그 중 호밀 발효종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우선 호밀발효종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호밀빵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통밀이나 밀가루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호밀 특유의 향과 거친 느낌, 살짝 산미가 도는 그런 호밀빵이 너무 좋습니다. 호밀은 충북 음성 반유성 농부님의 통호밀을 받아 사용하기 전 바로 자가제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농부님의 호밀을 만나기 전에는 미국산 유기농밥스호밀을 사용했었는데, 갓 제분한 호밀이 갖는 거친 느낌과 더 진한 향, 발효력이 좋아 지금은 농부님의 호밀을 사용하고있습니다.호밀발효종은 시간에 따라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해갑니다. 처음 발효종을 만들 때는 호밀 특유의 쿰쿰하면서도 복잡한 향이 나는데 4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향긋한 과일향과 더불어 복합적인 향의 발효종으로 변화합니다. 10년전 일했던 작업장의 셰프님을 통해 만난 호밀발효종은 어느 곳에 가든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지금은 춘천으로 작업공간을 옮겨 2달 정도 지난 호밀발효종과 함께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의 호밀발효종을 잘돌보아서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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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베이커의 우리밀 발효종 이야기
작업자 : 박민우 (까뮈브레드)
함께 하는 균 : 여러 우리밀을 섞어 키우는 균투박한 빵이 품고 있는 발효종의 시간
저는 금강밀, 백밀가루를 기본으로 약간의 앉은키통밀을 넣어 발효종을 키우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효종을 사용한 빵의 맛은 산미도 있지만 그보다 밀이 갖고 있는 단맛을 발효종을 통해 끌어내려 노력합니다. 지금은 발효종과 오랜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베이커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 작업 중 하나로 발효종을 돌보는 일이 있습니다. 베이커로서 발효종을 대하는 저의 태도는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발효종의 향과 형태를 지켜보는 방식입니다.처음 고향에서 베이커로 일을 하게되었을 땐 발효종의 개념도 모르고, 존재도 모른채 일을 했습니다. 또한 일을 계속 해오며 자연스레 발효종에 대해 접하면서도 처음엔 그저 발효종의 기능적인 면만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발효종의 정서적인 측면, 즉 발효종을 키우고, 빵을 만드는 데 있어 드는 시간을 바라보려 하고있습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구워준 술빵이나 가정에서 가족들을 위해 굽는 투박한 빵들이 품고 있는 그런 시간들이라고 할까요. 이처럼 제게 있어 발효종을 이용한 빵의 특별한 점이라 한다면 이와 같은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맛있는 빵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시간에 담겨 발효종과 그 빵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과 시간이 담긴 편안한 빵
가게에서 빵을 드시는 손님 중 종종 옛날 할머니가 만들어준 술빵이 기억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맛의 빵이라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고, 그런 빵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을 위해 빵을 만든다 마음으로 제가 사는 곳과 가까운 지역의 재료를 구하여 사용하고, 시간이 드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발효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과 시간이 담긴 편안한 빵을 드리고 싶습니다. -
박정원 베이커와 48년된 벽돌집에 사는 발효종 이야기
작업자 : 박정원(그라운드)
함께 하는 균 : 48년된 벽돌집에 사는 발효종함께 잘먹고 잘살기 위한 빵만들기
20대 시절부터 “언젠간 빵집 사장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을 마음 한 켠으로 품고 있었지만 40대까지 회사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뜩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던 일이 누구와 닿아 있을까, 누구를 이롭게 하는가 고민하던 시기를 거치며, 남은 삶의 형태가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직업이 아닌 함께 잘먹고 잘사는 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빵을 만드는 일은 제게 노동의 결과물을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하고 정직한 대가를 받는 일로 여겨졌고, 제가 선택한 재료와 제조방식, 저의 노동이 어디에 가닿는지, 누구를 이롭게 하는지 직접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4년 전부터 함께 빵을 만드는 그라운드만의 발효종
처음 발효종을 접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빵에 대해서 무지했던 터라 그저 ‘어렵다’, ‘신기하다’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많은 작업자들이 그렇듯 저도 물과 밀가루, 소금 세 가지의 재료가 효모와 만나고 빵이 되는 신비를 눈앞에서 보고 눈이 반짝 반짝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만들었던 빵과는 다른 식감과 특유의 향, 맛도 특별했지만, 더 특별하다고 여겼던 점은 작업자마다 각자 자신만의 발효종을 키우고 있고, 그 발효종은 유일하다는 점입니다.4년 전부터 저와 함께 빵을 만들고 있는 그라운드의 발효종은 48년된 벽돌집에 살고 있습니다. 발효종은 통밀과 백밀 2가지가 함께 하고 있고요.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돌보듯 발효종 또한 배가 고프지 않게 제 때 밥을 주고, 춥거나 덥지 않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발효종을 이용하는 제빵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성가신 부분이 있습니다. 발효종의 상태도 면밀하게 관찰해야하고, 그때그때 발효종의 상태에 따라 반죽의 발효 양상이 달라 시간도 느리니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입니다. 휴무일에도 가게에 나가 발효종을 들여다보고 밥을 먹이고, 때로는 집에 데리고 퇴근해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특히 2-3일 정도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가장 먼저 신경이 쓰이기도 해서 돌봐야하는 자식 같기도 하고 식구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내 삶의 작은 운동으로서 빵 만들기
발효종을 이용한 빵과 그렇지 않은 빵, 우리밀로 만든 빵과 수입밀로 만든 빵을 더 좋은 것과 안좋은 것으로 구분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질의 일관성이나, 가격, 수급의 안정성, 제빵성 면에서 아직 불안정한 발효종과 우리밀을 사용하여 빵을 만드는 이유는 좀 촌스럽게 들릴진 몰라도 ‘신토불이’라는 말을 믿기 때문입니다. 먹거리를 지키고, 종자를 지키고, 땅을 지키는 데에 저의 일이 한 톨 밀알정도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빵 만드는 작업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운동(movement)이라고 여기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덧붙여 때때로 그라운드에 오는 아이 손님을 보며 제가 하는 작업에 대해 드는 생각이 있는데요. 엄마 품에 안겨 오던 아기가 걷고, 말을 하며 쑥쑥 자라 그라운드에 오는 시간들을 지켜 보며 ‘나의 빵이 아이의 뼈와 살에 일정 정도의 지분이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하곤 합니다. 이처럼 내 손으로 만든 빵이 아이를 자라게 하는 양분이 된다고 생각하면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 수가 없다는 생각과 마음을 담아 오늘도 빵을 만듭니다. -
오해원 베이커와 함께한 10살 발효종이야기
작업자 : 오해원 (콩플레)
함께 하는 균 : 10살 발효종10년의 세월을 거치며 변화하고, 강해지는 발효종
저는 몸에 이로운 빵을 만들고자 발효종을 사용합니다. 빵을 만들기 위한 재료 중 하나인 발효종은 반죽 과정에서 빵 속에 있는 여러 요소들을 우리보다 먼저 먹고 분해하는데요. 이 과정을 거치고 먹게 되면 소화가 잘됨과 동시에 몸을 더 이로운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콩플레의 발효종은 올해로 10살이 넘었습니다. 발효종과 함께 작업한지 10년이 되었는데요. 처음 발효종을 만났을 땐 자연적으로 얻은 효모인 발효종이 빵을 발효한다는 일이 신기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거쳐 발효종과 함께 하며 느낀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몸의 면역력이 커지듯 발효종 내의 개체수나 발효력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발효종과 함께하며 미생물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인 발효종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자연의 존재로서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발효종의 상태와 환경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하나의 생명으로서 발효종과 함께 사는 일상
이처럼 발효종은 생명이므로 함께 살아가며 돌보는 일이 늘 쉽진 않습니다. 발효종으로만 빵을 만드는 베이커들의 경우는 발효종에게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위해 에어컨과 히터를 켜서 환경을 발효종에 맞게 조절하고, 작업공간에 다른 균들이 자리잡지않도록 외부인이나 외부 물건들이 새로 들어올 때도 계속해서 신경을 씁니다. 락스와 같은 화학제품은 생명에 해롭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의 발효종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돌보지만 먼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자리를 비울 때도 발효종을 생각합니다. 하나의 사례로 먼 곳으로 긴 여행을 가게 되면 혹시 모를 사태를 준비하며 여기저기 종(발효종)밥 주는 일을 부탁하게되고, 다녀와서도 바로 발효종을 살펴보며 발효종에게 최적의 환경를 유지하기 위한 작업을 합니다.쉽지 않은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발효종과 함께 빵을 만들고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먹거리가 자연과 환경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삶의 방식은 자연과 너무나도 멀어졌고 더욱이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문제도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람은 주변에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명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접하는 먹거리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먹고, 첨가물 없이 만들어 먹는 작은 실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빵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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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요리사의 발효하지 않은 빵 이야기
작업자 : 이현승 (아까h)
함께 하는 균 : 우리밀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균밀이 가진 힘, 자연 효모
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 효모로 인간은 수세기전부터 빵을 만들어 왔습니다. 밀이 가진 당분으로 인해 밀에 물만 넣고도 자연 발효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부드럽고 부푼 빵은 더 많은 효모(발효종)를 사용하여 생성된 더 많은 이산화탄소로 인해 부드러운 빵이 되었지만, 오래 전 빵은 그러한 작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후 과일이나 우유, 꿀에서 효모를 발견하고 자연 효모를 사용하여 빵을 만들게 되면서 지금의 부푼 형태의 빵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자연 효모는 현대에 와서 작업 시간을 최대한 줄이며 부드럽고 부푼 빵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아는 이스트로 대체되었습니다.저는 밀이 가진 효모만을 이용해 납작한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만드는 빵은 이탈리아 고대의 빵 레시피 중 하나인 이탈리아식 플랫 브레드(Flat Bread) 파네 카라사우(Pane Carasau)로, 청동기시대부터 만들어진 이 빵은 이스트 없이 고온에서 부풀려 만드는 납작한 빵입니다. 수분이 없는 빵이라 오래 보관이 가능하여 이동하기 좋은 음식이였으며 물에 적셔 부드럽게 먹기도 합니다. 파네 카라사우 뿐 아니라 피아디나(Piadina) 같은 빵도 이스트 없이 만들 수 있는 빵입니다.
또한 저는 빵을 만드는 수업을 종종 하는데, 그 때마다 발효종 사용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의 빵을 선호하거나 이탈리아식 발효종 비가(Biga)를 사용합니다. 비가는 사전발효반죽법으로 발효종을 만들지 않거나 자주 빵을 만들지 않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적합한 발효법입니다. 밀가루, 물, 소량의 이스트를 이용하여 약 하루 정도 발효 시킨 후에 빵을 만드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이탈리아 빵에 사용됩니다. 이와 같은 비가는 사워도우(Sour dough) 발효종에 비해 밀의 풍미를 좀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밀로 만든 이탈리아 식사빵의 맛
이탈리아 요리에서의 빵은 하나의 식사 메뉴이기에 이탈리아 요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빵을 만들고 접하게 되었습니다. 요리사로서 조금 더 빵을 잘 만들고 이해하고자 더벨로에서 우리밀로 작업하는 빵을 배우고, 천연효모종으로 빵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자 공부하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농가의 밀을 활용하여 저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테스트를 하며 빵으로는 우리밀 이탈리아식 플랫브레드를 만듭니다.우리밀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밀 고유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우리밀의 맛을 비교 연구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우리밀을 테스트 한 부분 중 빵을 만들 때 사용한 우리밀의 맛을 여기서 몇가지 소개하려합니다. 저는 빵작업을 할 때 백강밀, 조경밀, 금강밀을 사용합니다. 우선, 백강밀의 경우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품종으로 강력분의 성질이 뚜렷하고 가벼워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적합합니다. 조경밀의 경우 밀 맛이 강한 편이고 무겁지만 밀 맛 자체를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금강밀의 경우 백강과 조경의 중간 느낌으로 무난히 사용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탈리아 요리를 하는 요리사로서 다양한 종류의 우리밀과 밀이 가진 효모로 빵과 제면 등의 작업을 하며 저만의 우리밀 작업을 이어가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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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주 베이커와 제철과일로 만든 발효종 이야기
작업자 : 최효주 (브레드메밀)
함께 하는 균 : 제철과일균매일 달라지는 제철과일 발효종 관찰하기
저는 흙에서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빵을 구우며 제철과일로 발효종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노지딸기, 앵두, 토마토, 블루베리, 참외, 천도복숭아에서 발효종을 만났고, 토양의 힘이 담긴 원물에서 어떤 발효종이 만들어질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일주일은 늘 설레이는 시간입니다. 처음 발효종을 접했을 때 기존의 만들었던 빵과 달리 빵을 굽기 전인 발효종을 만들 때부터, 이 발효종으로 만든 빵은 어떤 향이 날지, 어떤 모습으로 구워질지 상상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빵을 굽는 데 걸리는 10일의 시간 동안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같이 발효가 되며 빵에 대한 생각도 점점 깊어졌습니다.
발효종을 만나며 베이커로서 저의 태도도 달라졌는데, 재료가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 생산자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을 했는지 등을 생각하게 되며 균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제철과일에서 만나는 발효종은 우리밀의 조합에 따라서도 맛과 향이 달라져 여러 종류의 우리밀과 조합하여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결과의 데이터도 구하고 있습니다.
제철과일 발효종과 함께 만드는 브레드메밀의 빵은 뜨거운 빵보다는 한 김 식은 후 다음날 먹는 빵이 더 부드럽고 향이 잘 느껴지며 원물에서 느껴지던 향이 더 잘 베어 나와 밀의 단맛과 감칠맛이 배가 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일주일을 기다려 만난 균으로 빵을 구워 뜨거운 한 덩이 빵을 오븐에서 꺼낼 때의 행복, 얼른 한 조각 잘라 빵에 코를 박고 향을 맡는 순간, 입안에서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밀의 맛과 각종 발효종의 향을 맡는 시간은 한 덩이, 한 조각의 빵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 순간들 입니다. 균을 만난 후부터 저는 자연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빵을 굽고 싶다는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또한 거대한 우주와 자연세계 속에 존재하는 수 많은 균들의 존재와 관계 맺으며 관계의 중요성도 배우고 있는 요즘입니다.
평생 빵을 구울 수 있는 이유
우리밀과 발효종을 매일 만나는 일이 브레드메밀이 평생 빵을 구울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빵을 통해 여러 사람,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이어가면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한 덩이의 온전한 빵을 굽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부님이 건강한 땅에 씨앗을 뿌려 알곡을 맺어주시고, 한 해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키운 밀알이 빻아져 밀가루가 되고, 그 밀가루는 베이커들을 만나 한 덩이의 빵이 됩니다.
한 해의 시간이 담긴 과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는 작업임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나가고 계신 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 또한 우리밀로 빵을 굽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토불이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입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빵을 구워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브레드메밀은 산에서 만난 제철 균과 함께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담아 빵을 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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