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밀이 자란다 - 지역의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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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의 고향, 구례
지역의 밀 _ 우리마을엔 밀이 자란다1.
밀이 이어져 가는 곳을 찾아 나선 2021 햇밀여행에서
우리는 마을을 만났다.마을이 있어 밀이 자라고
밀이 자라는 곳에는 마을이 만들어진다.그 이야기를 2021 햇밀이야기로 담는다.
광의면에 제분공장을 세운 최성호 대표 (광의우리밀가공영농법인)
1990년에 가톨릭 농민운동의 리더들이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3가지를 약속했어. 더불어 살기 생협운동, 농약쓰지말기 생명운동, 또 하나가 우리밀살리기 운동을 하기로 한거지. 3명이 각기 14kg씩 씨앗을 나눠 갖고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로 흩어졌어. 난 고향에 와서 구만리 우리밭 200평에 밀을 뿌렸지. 사팔공밀 ((PL480 미국의 무상원조밀)이 들어오면서 고향에는 이미 밀밭이 다 사라지고 난 뒤였어. 노동자들이 하루 품값으로 밀가루를 지고 왔지 오이하우스 한 평하면 수익이 5만원인데 밀 1평 수익은 1,500원이던 시절이니 누가 밀 농사를 짓겠어. 마을 청년 몇 명에게 씨앗을 나누며 우리가 해보자 했지.밀을 거둬도 제분소가 이미 사라진 뒤라 제분을 못하는 거야. 밀은 보관도 어렵고 벌거지도 나고 그러거든. 93년에 나라에서 1지역1특품사업을 지원한다네. 마을 사람들 마흔두 명이 같이 영농법인을 만들고 백방으로 뛰어다녀서 9,000만원을 지원받았지. 여기에 자부담 5,000만원이 필요한데 돈이 어디에 있나.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몸으로 때웠어. 하루 제분소 짓는 노가다를 하면 3만원을 출자금으로 쌓았지. 온 마을 사람들이 지고 나르면서 그렇게 만든 제분공장을 세웠어.
처음에는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다 팔을 걷어붙이고 분쇄기에 빻은 가루를 직접 손으로 체에 내려 밀가루를 만들었어. 사실 어설퍼서 우리밀이 맛없다 꺼끄럽다 소리를 많이 들었네. 이듬해 94년에 롤러밀 제분기와 흔들체를 설치했고. 지금 있는 공장은 2007년에 다시 지었어..
광의의 밀밭 구례우리밀가공영농조합의 제분공장 앞에서 최성호 회장과 장종근 대표 (목월빵집)마을이 만든 빵, 마을을 만드는 빵 장종근 (목월빵집)
구례의 제피가루가 들어가는 목월빵집 바케트 함께 빵을 만드는 마을의 어머니들
마을에서 태어나 마을에서 빵을 만드는데 최성호 대표님 말씀은 오늘 처음 듣네요. 뿌리를 알게 되네요. 정말 좋았어요. 목월빵집의 요즘 고민은 일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까 입니다. 더벨로의 경험이 참고가 됩니다. 단팥빵 같은 빵을 만드는 일은 동네 어머니들의 손을 빌리고 있는데 어머니들이 정말 즐겁게 일하시니 뿌듯합니다. 지역 어른들과 함께 빵을 만드는 목월의 작업을 순천에서도 시작해요.30년째 밀을 길러가는 홍순영 농부 (광의면의 밀농부)
홍순영농가의 밀밭 홍순영농부님
옛날에 우리가 밀을 했을 때는 우리가 생각도 못했던 밀들이 많았어요. 내가 길렀어도 품위도 품종도 모르고..... 그냥 밀이면 밀인갑다 생각하고 수제비 쒀묵고 국수 빼서 먹고 전 부쳐먹고 그랬지요. 카톨릭농민회 최성호 대표가 지역에서 함께 농사를 지어보자고 했어요. 솔선수범할 사람들이 느그들 아니냐 해서 다시 밀 농사를 시작했어요.지난해 작은 구움과자 가게를 연 보경씨 (사나래밀)
중학교때부터 빵을 만들고 싶었어요. 고등학교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면서도 틈만 나면 빵 투어를 다닐 정도로 빵이 좋았어요. 당연히 대학도 관련 학과로 갔죠. 학교 선배님들과 만남의 시간이 있었는데 더벨로 반영재 대표님이 게스트로 오셔서 구례에서 제분된 밀로 빵을 만들고 계시다는거예요. 그때 처음 내가 태어나 자란 구례가 우리밀 생산과 가공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게 됐죠. 엄청 뿌듯했어요. 같은 학번 친구 중에서 저만 우리밀로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지역의 밀로 독일빵을 굽는 구현씨 (마인브로트)
빵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부모님이 사시는 광의면에 빵집을 열었어요. 밀밭과 제분공장이 가까이에 있다는게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효모를 기를 수 있는 맑은 공기와 물이 있는 곳, 이곳이 빵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생각했죠.밀의 고향, 구례
우리밀살리기 운동의 시발지의 하나인 구례우리밀가공공장은 93년 광의면에 자리를 잡고 첫 밀가루를 생산하시 시작 이래 지금껏 우리밀의 큰 그늘이 되고 있다. 지금도 43명의 조합원, 15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는데 올해도 400여 지역 농가가 수매에 참여에 참여했다. 올해부터는 품종별, 농법별 분리 수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밀밭과 제분소가 있는 마을에는 밀이 좋은 사람들, 빵이 좋은 사람들, 때로는 구례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산다. 농가밀 개념을 만든 월인정원 선생의 구례양과자점, 마을의 재료로 마을의 사람들과 함께 빵을 만드는 목월빵집, 구례의 우리밀로 독일빵을 굽는 마인브로트, 마을의 앉은키밀로 구움과자를 사나래밀 등 국산밀을 원료로 사용하는 다양한 밀작업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
시골 마을 예천 풍양, 작은 제분소를 품다
지역의 밀 _ 우리마을엔 밀이 자란다2.
밀이 이어져 가는 곳을 찾아 나선 2021 햇밀여행에서
우리는 마을을 만났다.마을이 있어 밀이 자라고
밀이 자라는 곳에는 마을이 만들어진다.마르쉐가 만난 ‘지역이 밀’을 2021 햇밀이야기로 담는다.
안동교구 가톨릭 농민회 농부1회 전병철 농부 (우리밀애영농조합 회장)
어렸을 때 개떡 먹었던 게 기억에 남아. 밀을 디딜방아에 찧어. 다 찧고 나서 체로 쳐서 밀가루를 내리는데 밀기울이 걸리거든. 그런 걸린 것은 다시 빻고 또 다시 빻고.. 마지막에는 밀 껍질만 남지. 이걸로 반죽해서 가마솥에 붙여 개떡을 만들었어. 우리집 개떡이 동네서 젤 맛났지. 그때는 그게 양식이었어. 우리가 먹던 것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25년 전부터 밀농사를 다시 짓고 제분소도 만들게 된 거지.5년전부터 금강밀을 기르는 농부 이찬희 (이장, 우리밀애영농조합원)
5년전부터 밀농사를 지어요. 열마지기니 이천평쯤 되네요. 밀은 영농조합에서 사 주거든요. 우리 동네는 모두 함께 금강밀 기릅니다. 경사가 있는 밭이라 물빠짐이 좋아서 약 같은 거 한번 안 주고 지금껏 농사지었어요. 다음 작기엔 콩을 심을 거라 좀 천천히 베려고요.자연재배 재래밀을 기르고 빵을 굽는 이혜진 (봉화빵집, 빵굽는고양이)
다른 자연재배 농부님에게 받은 이름도 모르는 밀을 10년째 이어가고 있어요. 밭이 세 군데인데 하나는 멧돼지가 망쳤고 나머지 밭들도 고라니와 새들 때문에 힘이 드네요. 밀씨를 뿌리면 반은 새들이 먹는 것 같아요.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었지만 요즘은 좀 너무하다는 마음이 드네요. 그래도 땅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무경운으로 파종하고 수확만 작은 콤바인으로 하고 있어요 올해는 2000평에서 1톤정도 수확했죠. 가까운 예천에 제분소가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나와 내 가족을 위한 긴요한 빵을 만드는 박성분 (분브롯)
빵은 아토피가 있는 저와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어요. 처음에 우리밀로 빵을 만든다고 써 놓으니 우리밀도 밀가루인지를 묻는(?) 손님들이 많았어요. 신맛이 적은 발효종을 사용하고 이런 빵을 낯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잡곡빵에서는 우유 달걀도 사용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빵통’ (손님이 준비해오는 빵그릇)을 준비해 오시는 손님들도 늘어나고 ‘오래오래 해 주세요’ 라고 응원해 주시는 손님도 계시네요
우리밀빵을 맛있게 해 주는 발효종은 장 같은 거라 간장 된장처럼 집집마다 맛이 달라요. 제가 키우는 밀발효종은 겨울부터 키운 거라 계속 저온으로 돌보고 있어요.
밀은 가장 많이 쓰는 것은 광의특품사업단의 우리밀입니다. 햇밀 철이라 통밀빵은 예천의 금강밀 100%로 만드는데 담백하고 구수한 맛에 반응이 좋아요. 호밀, 아리흑밀은 산아래제분소의 앉은키밀을 산아래제분소에서 받고 있습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안동에도 밀 농가들이 좀 계셨는데 제분과 보관이 어렵다고 포기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안타까웠어요. 지역의 밀 농가들이 지속되면 좋겠어요.시골 마을 풍양, 작은 제분소를 품다.
2000년 5명의 조합원이 시작한 우리밀애 영농조합, 하루 종일 기계를 돌려야 고작 1톤을 빻을 수 있는 작은 곡물분쇄기로 제분을 한다. 그래도 이게 있어 한때는 이 일대 160여 농가가 이 제분소를 이용했다. 현재 수매에 참여하는 농가는 40여 농가 예천만이 아니라 상주, 군위, 의성, 봉화 지역의 농가들도 함께 한다. 봉화 봉성의 ‘빵굽는고양이(bbangoop.com)’가 기른 밀도 봉화의 또 다른 빵집 ‘춘양빵집 탈므리에(www.춘양빵집.kr)’의 조경밀도 예천의 제분소에서 가루가 된다. 안동의 빵집 본브롯(instsgran.com/boonbrot) 을 비롯한 몇 개의 가게가 풍양의 작은 제분소와 연결되어 있다.
작은 제분소가 있는 풍양의 들녘은 밀밭으로 아름다웠다. -
지역의 먹거리로 돌아온 옥천의 마을밀
지역의 밀 _ 우리마을엔 밀이 자란다3.
밀이 이어져 가는 곳을 찾아 나선 2021 햇밀여행에서
우리는 마을을 만났다.마을이 있어 밀이 자라고
밀이 자라는 곳에는 마을이 만들어진다.마르쉐가 만난 지역의 밀을 2021 햇밀이야기로 담는다.
로컬푸드운동, 밀을 되살리다 (옥천살림공동체 주교종 이사)
옥천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끊이지 않고 밀과 보리 농사를 지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며 생산 농가가 점차 줄어들어 지역에 밀농가가 2-3곳밖에 되지 않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6년에 작목반을 구성해 점차 늘어났고 저도 2006년부터 밀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스무 농가가 밀을 심었습니다. 옥천이 금강이 지나는 동네인데 우린 모두 금강밀을 심습니다. 산자락에 가까운 들이라 수확이 늦어요. 그래서 벼 이모작은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밭작물을 심습니다. 유기농,무농약밀은 40kg 한 포대에 5만원, 친환경으로 키워졌지만 인증이 없는 밀은 4만5천원에 옥천살림에서 사들여요. 지역에 글라스 콤바인도 아직 없어요. 콤바인도 없이 소형관리기로 농사를 짓는 농가도 삼 분의 일이 됩니다. 옥천살림의 저온 창고시설이 있어 연중 신선한 밀과 밀가루 공급을 급식은 물론이고 로컬푸드 직매장과 마을제빵소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밀농사에서 빵집까지 (‘아는사람빵집 붴’의 한상옥 제빵사)
귀촌해서 남편이 줄곧 밀농사를 지었어요. 안남은 밀농가가 많거든요. 몇년동안 직접 밀로 집 마당에서 칼국수를 끓여 팔았어요. 10년전 빵을 배웠지만 빵집을 하는 건 좀 겁이 나더라구요. 칼국수집에서 일주일에 두번은 빵도 만들어두고 팔았습니다. 그러다 올해 마을분들과 협동조합을 만들고 ‘붴’이라는 빵집을 열었습니다. ‘붴’은그냥 부엌이에요. 가장 인기있는 빵은 감자를 삶아 넣은 감자빵입니다. 안남은 산골이라 감자 농사도 많이 하거든요. 올해는 2,000평에서 금강밀 2톤 조금 넘게 밀을 수확했는데 빵집에서 쓰기에도 좀 부족할 것 같아요. 그래서 밭을 하나 더 빌렸습니다. 올해는 4,000평 밀 농사를 지을 예정입니다.고향에서 시작하는 옥천밀 빵집 (‘농가빵.kr’ 조광현 제빵사)
사진출처: 월간옥이네
동네에서 나는 것으로 빵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어머니가 길러주시는 밀이며 잡곡, 대추나 직접 기른 청계 달걀도 들어가요. 아로니아 식빵이며 복분자 식빵을 왜 만드냐고요? 동네분들이 쓸 곳을 못 찾는다고 맡기고 가시니 저라도 쓰는 거죠.
옥천 지역밀로 빵 만드는데 밀가루 값은 정말 부담입니다. 그래도 그 밀로 만드니까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들어갈 겁니다. 7월부터는 경부고속도로 옥천 휴게소에도 저희 빵을 선보입니다. 지역 로컬푸드로 만드는 빵 공장을 만들어보고 싶어요.옥천의 우리밀 이야기를 소개하며 (월간 옥이네 박누리 기자)
사진출처: 월간옥이네 사진출처: 월간옥이네
옥천에 살면서 늘 감탄하게 되는 풍경 중 하나가 ‘밀밭’입니다. 추운 겨울부터 푸릇하게 올라와 초여름이면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 밀밭. 그 가운데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밀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 속에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끼곤 하죠.
최근 옥천살림협동조합이 본격적으로 수매에 나서며 조금씩 옥천의 우리밀 농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로컬푸드 운동을 이끌어온 농민들이 이제 우리 땅에서 나는 밀로 지역을 먹여 살려보자 결심한 것이기도 하지요.
월간 옥이네가 2021년 7월호에서 옥천의 밀 농민 이야기를 다룬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밀을 왜 지켜야 하는지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정작 우리 동네에서 우리밀을 기르는 농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적은 없었으니까요. 아쉬움은 있지만 농부들의 얼굴과 이름, 또 이야기를 짧게나마 담고 나눌 수 있던 것에서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지역먹거리와 함께 돌아온 옥천의 마을밀 농사
금강밀은 배유가 많고 배유가 크고 흰빛이 많은 백립계 밀이다. 금강밀의 뒤를 잇는 여러 품종의 밀들이 보급되었지만 쓰임도 다양하고 풍미가 좋은 금강밀을 사랑하는 농부들이 여전히 많다.
옥천의 농부들이 선택한 밀도 금강밀. 마을에서 함께 기르니 매년 가장 좋은 밀을 골라 이듬해 씨앗으로 나눠 심는다. 지역 먹거리의 중심 옥천살림에서 함께 제분도 하고 저온 창고 보관도 하니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밀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
마을에 오래된 장애인작업장 ‘자연당’이 지난해부터 옥천밀로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작은 베이커리들도 늘어간다.
금강이 흐르는 마을 옥천, 그곳에 금강밀이 자란다. -
귀촌자들이 다시 길러가는 순창의 밀
지역의 밀 _ 우리마을엔 밀이 자란다 4.
밀이 이어져 가는 곳을 찾아 나선 2021 햇밀여행에서
우리는 마을을 만났다.마을이 있어 밀이 자라고
밀이 자라는 곳에는 마을이 만들어진다.마르쉐가 만난 지역의 밀을 2021 햇밀이야기로 담는다.
내 손으로 짓는 밀농사, 내 밀로 차리는 밀식탁_이하연 (니나의 밀밭, 요일부엌마슬)
6년 전 무작정 귀촌했어요. 귀촌했으니 농지원부 정도는 있어야겠다 싶었죠. 기왕 농사를 지어야 한다 면밀농가를 짓고 싶었어요. 술빚기를 배운 적 있어서 누룩을 얻고 싶었거든요.
지금까지 다섯 번 농사를 지었지만 아직 농사도 밀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올해 처음 농사다운 농사가 됐는데요. 그래야 2500평에 수확량이 2톤이 좀 안되었어요.그간 무투입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지난해는 아예 농사가 안됐어요. 제가 기계를 빌려서 농사를 해야 하는데 기계를 제때 빌리지 못하다 보니 10월 말에 해야 하는 파종을 11월 10일 무렵에야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밀이 잘 자라지도 못하고 분얼도 제대로 못 하고 거름기도 없으니까 키가 작아 콤바인으로 벨 수가 없어서 결국 포기해야 했어요. 농사를 접어야하나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접고 싶지는 않았어요.
농사는 남한테 의존해서는 지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그래서 올해 수확한 밀은 관리기 사용법을 배워 제 손으로 다 지은 겁니다. 제때 하니까 농사가 되더라고요. 씨앗은 손으로 산파하고 트렉터로 얇게 뒤집어주고 골을 타 주었어요. 지난해를 교훈 삼아 퇴비도 넣었어요. 거름이 들어가니까 잘 자라더라고요. 그렇게 빼곡히 밀이 들어찬 것은 처음 봤죠.빵을 굽기 위해 밀을 키웠다기 본다는 밀을 키우다 보니 빵을 굽게 된 거여요. 공간을 만들기 전에서 우리가 기른 것을 지역에서 먹을 기회가 없었어요. 농사일에 쫓겨 라면 먹지 말고 우리부터 먹어보려고 부엌을 열었는데 요즘에는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전 아직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기 보다는 내가 기른 밀로 뭘 만들까가 중요해요. 제가 맛집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데 오시는 분들의 기대는 다를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계속 고민을 해요.밀농사와 함께하는 귀촌생활 _전지선, 이윤배 (밀가원)
5년전 순창으로 귀촌했어요. 남편은 집수리일을 하면서 농사를 짓습니다. 밀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제가 빵만들기를 좋아해서 입니다. 올해로 두해째 밀농사를 지었어요. 첫해는 금강밀과 앉은뱅이 밀 농사를 지었는데 빵이 더 잘 되는 밀이 있다해서 지난해는 백강밀을 처음 심었습니다. 지역의 귀촌자들이 각자 자기들이 필요한 밀을 기름니다. 저희 말고도 술을 빚기위해 조경밀을 기르는 이종동 농부가 계시고 맥주를 만들기 위해 금강밀을 기르는 화덕짓는 백동선님도 계십니다. 귀촌자들이 농사만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어요.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살게 되는데 밀을 기르고 우리가 기른 밀로 빵체험 교육은 제가 선택한 농촌에서의 삶입니다.귀촌자들이 다시 길러가는 순창의 밀
밀농가가 거의 사라졌던 순창, 순창에 밀 농가가 하나둘 늘고 있다. 귀촌자들이 누룩을 위해 맥주를 위해 빵을 위해 저마다의 작은 밭에 밀을 심는다. 돌아온 밀 덕분에 마을에 밀식탁이 차려지고 빵을 굽는 부엌들이 생겨난다.
이제는 밀을 잊었던 지역의 원조 농부들도 밀농사를 시작했다.
마을에서 길러 마을에서 먹는 밀, 밀을 이렇게 이 땅의 들녘에 한뼘 자리를 넓혔다. -
제주에 건너온 밀, 그리고 밀을 기르는 사람들
지역의 밀 _ 우리마을엔 밀이 자란다 5.
밀이 이어져 가는 곳을 찾아 나선 2021 햇밀여행에서
우리는 마을을 만났다.마을이 있어 밀이 자라고
밀이 자라는 곳에는 마을이 만들어진다.마르쉐가 만난 지역의 밀을 2021 햇밀이야기로 담는다.
검질(풀)과 버랭이(벌레)와 함께 짓는 검정밀_고광표농부 (자연재배밀농부)
저는 제주 삼양에서 밀과 보리 콩농사를 짓습니다. 몇 년 전 자연재배 배우는 곳에서 만난 농부들과 검질과 버랭이(풀과벌레)라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농사도 짓고 3년 전부터 자연그대로 농부시장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검정밀 농사는 올해로 네 해 째 입니다. 첫해에 받은 씨앗을 30평에 뿌렸는데 벌레 먹은 게 많아 많이 나지 않았어요. 이듬해엔 100평에 증식했고 그 이듬해엔 1000평, 그리고 지난해엔 1600평에 심어서 올해 처음으로 40kg 36가마의 밀을 얻었습니다. 거름을 넣지 않고 이 정도는 만족할만한 수확이죠.
자연재배 농사를 하다 보니 풀관리가 너무 어려워요. 밀을 베어낸 곳에는 들깨를 심으려합니다. 지난해에는 밀 심은 자리에 제주 토종 푸른독새기 콩을 심었는데 2,000평에서 달랑 4가마 콩을 얻었어요. 힘들더라구요. 밀 농사를 짓지만 사실 판로가 없어요. 통밀쌀로 보관하고 농부시장 나올 때 동네기름방앗간에서 제분을 해 오는데 바구미도 걱정이고 올해의 밀을 다 팔 수 없다면 내년에는 다시 1000평으로 밀농사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남의 장비를 빌려 짓는 거라 일정 규모가 되는 게 필요한데 이래저래 어려움이 큽니다.
어린 시절에도 제주에서 밀이자라는 것은 못 보았어요. 우리는 매일 보리밥을 먹었습니다. 쌀밥은 제사나 명절 때 먹는 곤밥(고운밥)이었어요. 밀을 길러보니 보리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완전히 익기 전에 색이 돌기 시작한 밀밭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고 풍성하다는 생각이 마음에 차 올라요. 이곳 자연그대로 농부시장에는 매주 토요일 열어요. 오늘로 136번째입니다. 태풍이 와도 눈보라가 쳐도 시장을 열죠. 검질과 버랭이를 함께하는 박성희 농부님 같은 분들이 계서서 이렇게 이어져갑니다.여성농부들이 함께 짓는 밀농사_김미랑(제주여농회장)
이걸 식혀서 차갑게 먹기도 하고. 검정밀로 조배기를 끓여보니 메밀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고 잘 어울리더라구. 밀농사는 이웃의 컴바인을 빌려서 지었는데 건조기에서만 말려서는 안 될 것 같아 하루에 몇 포대씩 꺼내서 집 마당에서 가장 햇볕이 좋을 때 몇 시간씩 다시 말리고 있어. 제분은 동네 할아버지가 하시는 방앗간에서 하는데 옛날에 밀제분들을 다 해보셨기에 어려움은 없어.
언니네텃밭 활동을 하면서 토종농사 짓고 싶어서 조천의 밭에 앉은뱅이밀 500평을 몇년 지었어요. 사람들이 한번 사먹고는 찾지 않아 소비할 방법이 없어 그만뒀어요. 죄근에 마을의 동생들이 와산의 해가 좀 적은 밭에 검정밀을 해보자고 졸라서 지난해 처음 씨를 뿌렸어요. 예전에 기르던 앉은뱅이밀을 다 자라도 키가 작은데 검정밀은 파종이 늦었는데도 내 키만큼이나 자라더라구. 씨앗을 좀 성글게 뿌렸더니 검질(풀)이 많이 올라와서 손으로 뽑는게 큰 일이었어요. 광표씨보다 2주 늦게 파종 1주 늦게 수확했고 지금은 그 밭에 메밀을 뿌리려 준비하고 있어요.
검정밀이 수확이 늦고 와산이 좀 추운 곳이라 콩보다는 메밀농사가 맞겠다 싶어. 지역에 요리하는 친구들이 수확한 밀로 음식을 만드는 자리에 불러주어 만두며 수제비며 다양한 것들을 맛봤어요. 더부룩하지 않고 메밀 먹은 것처럼 속이 편해 좋더라구. 우리동네에서는 원래 요즘 철에 호박잎국을 하는데 요즘에야 멸치국물에 끓이지만 예전에 그냥 맹물에 녹색 호박잎을 끓이면 국물이 파랗게 되지. 거기에 밀에 물을 충분히 넣어 휘휘 저은 묽은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뚝뚝 떨어뜨려서 먹었어. 여기서는 조배기라고 불러.
제초제 안 쓰고 밀농사를 지으니 김(풀)이 많이 나는 게 젤 힘든 일인데 도시에서 와서 농사에 서툰 친구들이 거들겠다고 나서는 것이 고맙고 이 친구들이 밭일은 어려워도 인터넷 농사를 더 잘 하니까 함께 하면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 사실 못 팔면 그만해야 하는데 어찌됐던 한 포대는 남겨서 올가을도 심궈보려고 해. 앉은뱅이밀은 혼자 짓다 그만뒀는데 검정밀은 같이 지으니 힘을 내어보려고.일상의 씨앗이 되다. _강나루 (조천여농사무국장, 일상의씨앗들 저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일상의 씨앗들’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이어가는 씨앗을 테마로 무조리실의 언니, 차롱지기 임서형 요리사와 함께 모임을 해 왔어요. 몇 년 전 오름자락에서 밭벼를 함께 길렀던 강가자 요리사도 합류했죠. 야생발효로 빵을 굽는 가자씨의 작업이 너무 좋았고 더불어서 제주의 검정밀로 평범한 일상의 음식들, 집밥을 함께 만들어보게 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재밌었던 것이 검정밀로 만든 ‘모멀조베기(메밀수제비)’ 였어요. 메밀과는 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었죠. 제주는 쌀농사는 없고 주로 보리농사를 지었는데 그래도 밀누룩이 남아있었던 걸 보면 밀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6-7년 전 친한 언니께서 제주에 검정밀과 앉은뱅이, 그리고 금강밀 씨앗을 구해 오셨어요. 언니는 한해 농사를 짓고 더 이어갈 상황이 못되었죠 이 씨앗을 이어받으신 분이 자연 그대로 농부시장에 나오시는 고광표 농부님이셔요. 농부님이 몇 개 검정밀을 이어가시고 올해 제주여농회장님이신 김미랑 농부님이 그 씨앗을 받아 1000평 남짓 농사를 지으셨어요.
미랑이모님께 밀농사를 이어가자 졸랐던 입장이라 이모님의 검정밀을 잘 팔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농부님들이 이야기하시는 식량주권이나 자급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 앞에 있는 이 씨앗들을 사용하고 맛보고 느끼는 겁니다. 예전에도 라파스토 하나씨와 우영식탁을 함께 차리고 검은보리, 앉은뱅이밀 빵과 텃밭작물을 함께 맛보는 기회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장창언 (제주밀연구회, 피자굽는돌하르방)
식량과학원 밀연구팀에서 성분검사를 해 주셨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제주는 식량작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이 경제성이 낮은 편입니다. 감귤에 비해 턱없이 낮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보니, 밀 생산을 꺼려 합니다. 보리나 기장이나 콜라비 등 그나마 소득이 높은 작물을 더 선호합니다. 그런 이유로 회원 농부( 생산도 회원 농부에 한해 수의 계약을 합니다.) 들이 밀농사를 지으려면 밀값을 잘 드려야 합니다.
전 입도 15대 제주토종입니다. 외지에서 피자를 배워 처음에는 시내에서 피자집을 차렸어요. 피자를 만들면서 토핑재료 중 양파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공품을 얹어 만들게 되는 구조가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피자도 음식인데 말이죠. 그래서 재료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고 피자에 사용되는 밀가루와 치즈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시골에 농사짓는 친구를 찾아가 밀 농사에 대한 자문을 구했는데 제주에서는 밀 농사를 경제적인 이유로 짓지 않는다는 것이고 설령 농사를 짓는 다 하더라고 제분시설이 갖추어 있지 않아서 뭍으로 보내 가공하고 내려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산과 가공에 대한 욕심이 생겨 났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시내에 가게를 접고 제주 중산간 시골로 들어와서 피자가게를 오픈 하였습니다. 재료를 직접 생산하고 싶어서요.
첫 번째 목표는 제주 밀가루를 생산하고 치즈까지 만들어 보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문중땅이 있는 삼양에서 자경하기 시작했어요. 생산은 생각보다 많이 쉬웠어요. 보리에 대한 관행농 시스템이 워낙에 잘 갖추어지다 보니 밀도 손쉽게 기계를 임대할 수 있었고 농사에 대한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단계인 제분시설인데, 정미소를 찾아 다녔지만 내가 만족할 만한 장소를 찾지 못하다, 저희 마을 친환경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건식 분쇄기를 알게 되었고, 분쇄기 공장장님과 여러가지 고민 끝에 밀 제분에 알맞은 저용량 분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8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지금은 청수리 마을의 3명의 농부가 5천평 정도에서 연가 5톤 정도의 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단계부터 제주밀에 관심을 가지는 베이커리 지인이 있었고 밀을 나눠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문이 나서 현재는 빵집이 5곳, 피자가게 2곳 이렇게 7개의 업체가 회원이 되어서 생산한 밀을 전량 소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는 보리가 갑인 곳입니다. 밀수확 하려면 동네 보리가 끝나길 기다려야 해요. 보리가 있어 글래스컴바인을 빌려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종자가 섞이면 안 되기 때문에 파종도 건조도 수확도 한경면 전체에 보리가 다 끝나야 가능해요. 그러다보니 5년 전에는 농사의 때를 놓쳐 품질이 저하되는 때가 있었어요. 그땐 밀도 상온보관을 했는데 엄청난 바구미를 만났죠. 저온보관을 하면서 밀 품질이 좋아졌습니다. 5년 전 품질문제로 우리밀 사용을 포기했던 후배들도 다시 다 돌아왔어요.
저희는 농부들에게 40kg 65000원에 삽니다 뭍보다는 많이 높죠. 농부들 입장에서는 제주의 평균 밭 임대료가 평당 1000원입니다. 밀농사 짓기에는 좀 부담이 되죠. 최대한 임대료가 적게나오는 밭, 농지법 때문에 경작이 필요해 도지가 싼 밭들을 찾아서 농사를 지어야 그나마 소득을 만들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보리보다는 밀이 조금 더 이득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할 것 같습니다.
올해 밀을 베어난 곳에는 간낭(양배추)를 심어요. 사실 밀농사를 짓는 땅이 정해져있기 보다는 노는 땅을 찾아다니며 농사를 짓고 있어서 후작물은 브로콜리 콜라비 되는대로 심겨집니다. 이렇게 생산한 밀을 가공을 맡은 피자굽는 돌하르방에서 가공을 하고 판매업체인 빵집에 1kg에 3000원 제주밀을 공급합니다. 빵도 구워서 올바른농민상회(제주로컬푸드연구회)에 통밀빵을 공급합니다. 10년전 4명의 공동사업자로 시작한 ‘피자굽는 돌하르방’에 밀가루를 가공하고 피자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1미터 피자로 유명한데 요즘 코로나로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지 매출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피자도우는 우리밀을 50% 블렌딩해서 씁니다. 통밀빵은 100% 빵과 80%에 수입밀 20%을 블렌딩하고 있는데 100% 보다는 블랜딩 된 빵이 많이 판매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제분등 여건이 갖춰지면 100% 통밀빵을 생산하는 빵 공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노력하다 보면 가능하겠지요.
제주밀연구회는 처음시작하고 5년이 지난 해 비영리단체로 만들어졌고 제주밀의 방향을 제한생산으로 잡고 독자적으로 제주밀의 생산과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지난해 11월 제주밀연구회를 농업회사법인으로 등록했습니다. 현재 농부3명, 피자집2명, 베이커리 5곳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생산은 청수리 3농가가 맡고 있고 가공은 피자굽는 돌하르방( 회원 업체명 )에서 하고 있으며, 소비는 5군데 시내 빵집에서 전량 소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밀은 오로지 제주밀 연구회 회원을 통해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부분은 고수하려고 합니다.보리의 섬에 밀이 돌아왔다 – 제주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보리의 섬 제주에 밀을 심기 시작했다. 이제 마을에서 함께 기른
밀이 있어 이웃들이 함께 밀식탁을 차리고 지역밀을 이용하는 가게들이 늘어간다.
제주의 농부시장은 일상의 씨앗이 된 밀로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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